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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더 글로리(The Glory) (줄거리, 촬영지, 사적제재)

by info48267 2026. 6. 18.

솔직히 저는 이런 무거운 드라마를 잘 안 봅니다. 보고 나면 기분이 영 찜찜하게 남아서요. 그런데 더 글로리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얘기하는 바람에 결국 봤고, 보고 나서 며칠간 그 여운이 쉽게 안 가더군요. 학교폭력이라는 소재가 왜 이렇게 전 세계 시청자를 움직였는지, 한번 같이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줄거리 — 복수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은 고등학교 시절 지속적인 학교폭력 피해자였습니다. 가해자들이 머리 고데기로 온몸에 화상을 입히는 장면은,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화면에서 눈을 돌렸습니다. 그게 단순히 자극적인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이 더 무거웠습니다.

동은은 성인이 된 후 초등학교 교사로 취업하며, 가해자 우두머리 박연진의 딸이 다니는 학급 담임으로 부임합니다. 그리고 수십 년간 갈아온 칼을 꺼냅니다. 여기서 이 드라마가 기존 복수극과 결이 다른 건, 동은이 물리적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구사하는 방식은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입니다. 심리전이란 상대방의 판단력과 신뢰 관계를 교란시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전략으로, 가해자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파멸하도록 판을 짜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해자 5인방의 탐욕과 치부를 정밀하게 파고드는 동은의 전략은 마치 바둑의 포석(布石)과 닮았습니다. 포석이란 바둑에서 초반에 집과 세력의 기초를 깔아두는 행마를 뜻하는데, 동은 역시 결정적 한 수보다는 수십 번의 조용한 포석으로 상대를 서서히 조여갑니다. 드라마 안에서 바둑이 핵심 모티프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더 글로리가 단순한 복수극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동은의 복수를 돕는 인물들, 즉 가정폭력 피해자 강현남과 의사 주여정이 모두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의 연대는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따뜻한 서사이기도 합니다.

촬영지 — 직접 가볼 만한 이유가 있을까?

드라마를 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저 장소가 실제로 어디지?'라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더 글로리의 촬영지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서, 성지순례(聖地巡禮) 코스로 꽤 많은 팬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성지순례란 원래 종교적 의미의 순례에서 파생된 말로, 여기서는 팬들이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는 문화 현상을 의미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소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청라호수공원입니다. 동은과 여정, 그리고 박연진의 남편 하도영이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며 바둑을 두던 대형 야외 바둑판 세트가 설치됐던 곳입니다. 세트 자체는 이미 철거됐지만, 공원의 모던하고 서늘한 야경은 드라마 속 긴장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촬영지 투어에 직접 간 건 아니지만, 청주 중앙공원의 압각수(銀杏樹) 장면만큼은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압각수란 수백 년 이상 된 거대한 은행나무를 뜻하는 말로, 동은과 여정이 그 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배우는 장면은 잔혹한 드라마 속에서 유독 아련하게 빛납니다. 촬영지를 방문하는 팬들이 이 장면만큼은 꼭 언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더 글로리 촬영지를 방문하려는 분들을 위해 핵심 코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천 청라호수공원 — 바둑 심리전 장면, 모던한 야경
  • 청주 중앙공원 압각수 — 동은·여정 바둑 씬, 드라마 최고의 서정 장면
  • 이천 석남사 — 가해자 무리의 화려한 사찰 배경
  • 세종시 일대 학교 — 동은이 담임으로 부임한 복수의 시발점

사적제재 — 카타르시스 너머를 봐야 하는 이유

더 글로리가 전 세계 시청자를 끌어당긴 핵심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사적 제재(私的制裁)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사적 제재란 공적 사법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개인이 직접 응징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현실에서는 불법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시청자의 대리만족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됩니다.

청소년들이 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잔혹한 폭력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어른보다 더 잔인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계속 올라오는 시대입니다. 최근 제가 본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도 비슷한 결의 드라마였는데, 이것도 세계 1위 뷰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소재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실제로 더 글로리 방영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과거 학교폭력 피해 폭로 운동이 재점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낸 사회적 파급력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여전히 1.9%로, 절대 수치로는 약 6만 명에 해당합니다(출처: 교육부). 숫자로 보면 작아 보여도 실제로는 6만 명의 문동은이 지금도 어딘가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카타르시스만 주고 끝나지 않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해 가는 씁쓸한 현실, 그리고 피해자가 복수를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담보로 걸어야 하는 비극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 지점이 더 글로리가 단순한 복수 오락물과 다른 이유입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 기준으로 더 글로리는 공개 초기 4주 만에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 6억 시간을 돌파했습니다(출처: Netflix).

저는 솔직히 이런 무거운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닙니다. 보고 나면 하루 이틀은 기분이 가라앉고, 쉽게 털어지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보고 나서 따뜻해지는 드라마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글로리를 외면하지 못한 건, 이 드라마가 단순히 어둡기만 한 게 아니라 어둠 속에서 연대와 인간적 온기를 동시에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가 더 인기를 끄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하지만 더 글로리만큼은, 한번은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촬영지 방문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청라호수공원부터 청주 중앙공원까지, 드라마의 긴장감을 몸으로 느껴보는 코스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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